기대어도,
지침 없이
조현아 / 미술비평
우리의 연약한 지지체에게
두 명의 주인공은 이 막막한 상황에서는 서로를 믿을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등이 서로에게 닿고, 떨어지는 순간 ‘탕!’ 하는 소리와 함께 날린 일격은 기사회생의 순간을 마련합니다. 숨가쁘게 진행되는 액션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잠시 등과 등을 기댄 채 서로의 시야에 펼쳐진 세상을 마주하는 동작은 그들이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서로를 져버리지 않을 예정임을 관람자에게 각인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지요.
거친 소음은 없지만, 전시장의 가장 가운데에 놓인 기정과 옥정의 작품도 서로에게 기대고 있습니다. 각자 선호하는 크기의 화면을 선택했기에 조금 다른 규격의 그림들은 〈옥기의 삼각체〉를 이루며 기정과 옥정이 십여 년 간 서로를 지탱해왔던 형태로, 이 전시를 만들어낸 동력을 암시하는 구심점이 되었습니다. 기정과 옥정은 화판을 작업실 중앙에 설치한 채 그리고, 모으고, 기우고, 붙이면서 각자 개인전과 단체전을 준비해왔습니다. 두 작가의 키와 엇비슷한 크기를 지닌 화판이 등을 맞대며 작은 산의 형태를 만들어야 기정과 옥정의 작업실인 ‘스튜디오 옥기’는 효율적으로 분리되고, 둘은 서로의 작업이라는 견고한 축으로부터 조금씩 떨어진 빈 공간을 개별적인 창작의 영역을 보존하는 시간으로 채울 수 있었을 거예요. 흔히 이상적인 관계는 서로를 마주하는 동세로 그려지지만, 무방비한 등을 묵묵히 가려주는 것이야말로 개인이자 공동체로서의 생활과 작업 모두를 지속할 수 있게 합니다. 그런데 〈옥기의 삼각체〉는 뼈대를 숨기지 않고 있어 충격에 취약해보일뿐더러, 기정과 옥정은 이 가변적인 구조물에서 언제든지 자신들의 작품을 떼어낼 수 있어 금방이라도 해체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두 사람의 작업을 지지하는 방법은 한 사람이 발을 빼면 무너질 것 같지만, 우리는 작품을 보며 곧 깨닫습니다. 물리적 구조 없이도, 삼각형 사이에 열린 빈틈처럼 작업 뒤편에서 그들이 선택해왔던 지지의 방식으로 서로는 서로를 지탱할 수 있다는 사실을요.
물론, 이렇게 ‘사이좋은’ 관계는 극적 요소가 없는 상투적인 문구처럼 느껴지지요. 그렇지만, 두 명이 서로를 지탱하는 경우는 좀 다릅니다. 이 경우는 각자의 무게와 개별적인 고뇌가 한 쪽으로 기울어 쓰러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암묵적인 결단은 어떤 관계에서든 견고한 유대감을 유지하는 본질일지도 몰라요. 그것은 스펙터클한 자극이 아니라 마음에 닿는 무형의 에너지입니다. 관계의 가냘픈 본성을 알면서도 그것을 이어가기 위해 주의를 기울이는 개인으로부터 발생하는 힘입니다. 옥정과 기정의 작품은 같은 힘을 전달하면서, 우리에게 가까운 사람들을 지탱할 용기를 속삭입니다.
먼 나무에서 불어오는 바람
이제 벽을 한 번 볼까요? 여기에는 등을 돌린 채 서로를 지탱하는 회화 앞에 걸린 작품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기정과 옥정이 여태껏 서로의 자리에서 발전시켜 온 개별의 궤도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작품들은 두 작가의 몸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언제나 서로에게 마음을 보내겠다는 약속처럼 구조물 주위를 위성처럼 맴돌고 있어요.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보고자 했던 두 사람의 분투와 그 안에서의 바람을 품은 채로요.
기정은 부드럽게 흐르거나 보송보송한 질감으로 ‘내 편’이 되거나, 되어줄 시간과 대상을 재현해왔습니다. 한지에 미디엄을 바르고, 겉면을 긁어내는 과정은 표면을 유약한 식물에 돋아난 털처럼 부드러운 질감을 지닌 물체로 탈바꿈시켜왔어요. 기정이 이제껏 그려온 작품의 파란 주조색과 반복되는 타원은 뜨겁고 호들갑스러운 감정이 아닌, 차분한 부드러움과 유연한 안정감을 주고, 수차례 뜯기고 부착되는 외피들로 하나의 장면에도 여러 생각이 덧붙었다는 사실을 나타내 왔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도 기정은 그 기법을 유지하되, 밀도 있는 대화로 이루어진 옥정과의 추억에 기인한 시간을 형태로 직조하는 데에 집중했습니다. 그동안 펼쳐 왔던, 몸을 감싸는 이불의 촉감처럼 두 사람이 물속에 들어가 피부로 느꼈던 시원하고도 안락한 감각은 이번 전시에서도 파랗게 떠올랐습니다.
옥정의 작품에는 구멍이 뚫려 속이 빈 것 같은, 모서리가 둥근 형태들이 반복됩니다. 그 형상은 작가가 만나온 바깥 풍경에 관련하는데도, 자신과 기정에게 해주고 싶은 말과 생각을 거쳐 태어나기에 우리는 옥정이 그린 도형이 어떤 함의를 품고 있는지를 완벽하게 알아내지 못할 겁니다. 아마 옥정도 자신의 화폭에서 반복되는 도형들이 어떠한 비유로 읽힐 수 있을지 전부 알고 있지는 못할 거예요. 다만, 관계를 유지할 때에는 상대를 결코 다 알 수 없다는 전제로 그에게 다가가야 서로의 진입장벽을 조심스레 녹여갈 수 있듯, 옥정의 도형들을 대할 때에도 그것이 뻔하다며 얕잡아 보지 말아야 합니다. 그 도형들은 순탄치 않은 바다를 항해하는 선체, 넘고 넘어야 하는 언덕과 서커스의 불타는 고리들이지만 고달픈 일상의 뾰족함을 그대로 내보내기보다 자신의 이야기와 조우한 사람을 상처 입히지 않으려는, 마음을 완곡한 모양으로 바꾸어 가장 단단한 관계가 가장 무해할 수 있도록 하려는 옥정의 실천을 곧게 전하고 있으니까요.
이렇게 옥정의 풍경에는 그가 바깥에서 마주한 사물과 사람들로부터 기인한 형상들이 있고, 기정의 화면은 그 자체로 부드럽게 늘어지는 형태를 갖춥니다. 외부로부터의 언어를 궁금해하며 탐험을 마지않는 옥정의 힘이 부족할 때, 내면에 부는 잔잔하고 시원한 바람으로 두 명 분의 마음을 보살펴 일을 끝맺는 기정이 있습니다. 이렇게 둘의 작업은 상이한 결정체를 도출하지만, 분명 유사한 결을 지닙니다. 사용하는 재료와 같이 보낸 시간으로부터 출발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기정과 옥정의 작품에는 표면 위의 질감으로, 한 방향으로 비가 내린 것처럼 보이는 붓자국들로 보드랍지만 질기게 뿌리내린 털들이 존재한다는 점에서도 이는 도드라집니다. 또, 기정과 옥정은 나무를 그려냈습니다. 기정은 나무의 요소를 연작으로 다루며, 각 그림에 ‘지키는 사람(keeper)’이라는 이름을 붙여 그의 나무는 한 자리에 머물며 책임을 다하는 자에 가깝다는 걸 알립니다. 옥정의 나무는 자신의 잎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사용해 몸과 마음을 쓰다듬어주는 ‘내 편’입니다. 그가 바쁘게 뛰어가다 마주친 나무는 어쩌면 꿈 때문에 오래도록 아플 때에 조건 없이 어깨를 덮어주는, 누군가가 베풀어주는 진실된 순간에 가깝습니다. 기정의 나무와 옥정의 나무는 모양도 특성도 같지 않지만, 멀리에서도 바라보고 힘을 얻을 수 있는 지표가 됩니다. 지키려는 의지로 그저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그들의 몸과 먼 곳에 위치한 작품처럼요.
함께하는 자립에 도달하기까지
이 장소에는 두 사람이 만들어낸 기둥들 역시 있습니다. 오롯이 한 명의 작품으로 그만의 성격을 드러내는 두 줄기는 바닥과 벽과 천장에 번져 나갑니다. 함께함의 가장 큰 목표는 안정된 혼자가 되기임을 상기시키듯, 작품들은 마침내 스스로의 무게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기정은 곡선으로 물결치듯 올라가는 형태로, 자신의 존재감을 숨기고 드러내기를 반복하며 자립하는 흐름을 만들었습니다. 옥정은 화판끼리 각을 맞추어 차곡차곡 계단을 올라가듯 주저하지 않고 일을 진행하는 움직임을 나타내었고요. 바닥으로부터 천장까지 쌓인 듯, 접힌 듯 이어지는 회화의 나무는 직립한 채로 삼각형의 지지체를 내려다봅니다. 우리가 이 만큼 서로, 시간과 자아를 쌓으며 성장했다는 사실을 되짚는 것처럼요. 두 개의 기둥은 아슬아슬 홀로 서있는 것 같지만, 그들이 다져온 관계의 힘을 중심에 품어 쉬이 넘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굵은 비와 무더웠던 여름, 떠들썩한 소음들이 지나간 가을에야, 비로소 가만히 기정과 옥정이 그려온 시간들을 봅니다. 그림들은 번쩍이는 시각적 충격을 주지도, 요란한 소음을 내지도 않지만 진정 안락한 감상을 수확하게 함으로써 빛을 발합니다. 이들이 화면에 올려 원색을 흐리는 분채는 삶의 까다로움을 포근한 구름처럼 가려줍니다. 그래서, 있는 힘껏 덮어주고 지탱해주는 그들의 사이에서 나온 작품들은 보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편안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바로 지금처럼, 당신이 긴장을 풀고 등을 기대어도 될 만큼 포근하게요.
조현아 / 미술비평
우리의 연약한 지지체에게
두 명의 주인공은 이 막막한 상황에서는 서로를 믿을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등이 서로에게 닿고, 떨어지는 순간 ‘탕!’ 하는 소리와 함께 날린 일격은 기사회생의 순간을 마련합니다. 숨가쁘게 진행되는 액션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잠시 등과 등을 기댄 채 서로의 시야에 펼쳐진 세상을 마주하는 동작은 그들이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서로를 져버리지 않을 예정임을 관람자에게 각인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지요.
거친 소음은 없지만, 전시장의 가장 가운데에 놓인 기정과 옥정의 작품도 서로에게 기대고 있습니다. 각자 선호하는 크기의 화면을 선택했기에 조금 다른 규격의 그림들은 〈옥기의 삼각체〉를 이루며 기정과 옥정이 십여 년 간 서로를 지탱해왔던 형태로, 이 전시를 만들어낸 동력을 암시하는 구심점이 되었습니다. 기정과 옥정은 화판을 작업실 중앙에 설치한 채 그리고, 모으고, 기우고, 붙이면서 각자 개인전과 단체전을 준비해왔습니다. 두 작가의 키와 엇비슷한 크기를 지닌 화판이 등을 맞대며 작은 산의 형태를 만들어야 기정과 옥정의 작업실인 ‘스튜디오 옥기’는 효율적으로 분리되고, 둘은 서로의 작업이라는 견고한 축으로부터 조금씩 떨어진 빈 공간을 개별적인 창작의 영역을 보존하는 시간으로 채울 수 있었을 거예요. 흔히 이상적인 관계는 서로를 마주하는 동세로 그려지지만, 무방비한 등을 묵묵히 가려주는 것이야말로 개인이자 공동체로서의 생활과 작업 모두를 지속할 수 있게 합니다. 그런데 〈옥기의 삼각체〉는 뼈대를 숨기지 않고 있어 충격에 취약해보일뿐더러, 기정과 옥정은 이 가변적인 구조물에서 언제든지 자신들의 작품을 떼어낼 수 있어 금방이라도 해체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두 사람의 작업을 지지하는 방법은 한 사람이 발을 빼면 무너질 것 같지만, 우리는 작품을 보며 곧 깨닫습니다. 물리적 구조 없이도, 삼각형 사이에 열린 빈틈처럼 작업 뒤편에서 그들이 선택해왔던 지지의 방식으로 서로는 서로를 지탱할 수 있다는 사실을요.
물론, 이렇게 ‘사이좋은’ 관계는 극적 요소가 없는 상투적인 문구처럼 느껴지지요. 그렇지만, 두 명이 서로를 지탱하는 경우는 좀 다릅니다. 이 경우는 각자의 무게와 개별적인 고뇌가 한 쪽으로 기울어 쓰러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암묵적인 결단은 어떤 관계에서든 견고한 유대감을 유지하는 본질일지도 몰라요. 그것은 스펙터클한 자극이 아니라 마음에 닿는 무형의 에너지입니다. 관계의 가냘픈 본성을 알면서도 그것을 이어가기 위해 주의를 기울이는 개인으로부터 발생하는 힘입니다. 옥정과 기정의 작품은 같은 힘을 전달하면서, 우리에게 가까운 사람들을 지탱할 용기를 속삭입니다.
먼 나무에서 불어오는 바람
이제 벽을 한 번 볼까요? 여기에는 등을 돌린 채 서로를 지탱하는 회화 앞에 걸린 작품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기정과 옥정이 여태껏 서로의 자리에서 발전시켜 온 개별의 궤도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작품들은 두 작가의 몸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언제나 서로에게 마음을 보내겠다는 약속처럼 구조물 주위를 위성처럼 맴돌고 있어요.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보고자 했던 두 사람의 분투와 그 안에서의 바람을 품은 채로요.
기정은 부드럽게 흐르거나 보송보송한 질감으로 ‘내 편’이 되거나, 되어줄 시간과 대상을 재현해왔습니다. 한지에 미디엄을 바르고, 겉면을 긁어내는 과정은 표면을 유약한 식물에 돋아난 털처럼 부드러운 질감을 지닌 물체로 탈바꿈시켜왔어요. 기정이 이제껏 그려온 작품의 파란 주조색과 반복되는 타원은 뜨겁고 호들갑스러운 감정이 아닌, 차분한 부드러움과 유연한 안정감을 주고, 수차례 뜯기고 부착되는 외피들로 하나의 장면에도 여러 생각이 덧붙었다는 사실을 나타내 왔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도 기정은 그 기법을 유지하되, 밀도 있는 대화로 이루어진 옥정과의 추억에 기인한 시간을 형태로 직조하는 데에 집중했습니다. 그동안 펼쳐 왔던, 몸을 감싸는 이불의 촉감처럼 두 사람이 물속에 들어가 피부로 느꼈던 시원하고도 안락한 감각은 이번 전시에서도 파랗게 떠올랐습니다.
옥정의 작품에는 구멍이 뚫려 속이 빈 것 같은, 모서리가 둥근 형태들이 반복됩니다. 그 형상은 작가가 만나온 바깥 풍경에 관련하는데도, 자신과 기정에게 해주고 싶은 말과 생각을 거쳐 태어나기에 우리는 옥정이 그린 도형이 어떤 함의를 품고 있는지를 완벽하게 알아내지 못할 겁니다. 아마 옥정도 자신의 화폭에서 반복되는 도형들이 어떠한 비유로 읽힐 수 있을지 전부 알고 있지는 못할 거예요. 다만, 관계를 유지할 때에는 상대를 결코 다 알 수 없다는 전제로 그에게 다가가야 서로의 진입장벽을 조심스레 녹여갈 수 있듯, 옥정의 도형들을 대할 때에도 그것이 뻔하다며 얕잡아 보지 말아야 합니다. 그 도형들은 순탄치 않은 바다를 항해하는 선체, 넘고 넘어야 하는 언덕과 서커스의 불타는 고리들이지만 고달픈 일상의 뾰족함을 그대로 내보내기보다 자신의 이야기와 조우한 사람을 상처 입히지 않으려는, 마음을 완곡한 모양으로 바꾸어 가장 단단한 관계가 가장 무해할 수 있도록 하려는 옥정의 실천을 곧게 전하고 있으니까요.
이렇게 옥정의 풍경에는 그가 바깥에서 마주한 사물과 사람들로부터 기인한 형상들이 있고, 기정의 화면은 그 자체로 부드럽게 늘어지는 형태를 갖춥니다. 외부로부터의 언어를 궁금해하며 탐험을 마지않는 옥정의 힘이 부족할 때, 내면에 부는 잔잔하고 시원한 바람으로 두 명 분의 마음을 보살펴 일을 끝맺는 기정이 있습니다. 이렇게 둘의 작업은 상이한 결정체를 도출하지만, 분명 유사한 결을 지닙니다. 사용하는 재료와 같이 보낸 시간으로부터 출발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기정과 옥정의 작품에는 표면 위의 질감으로, 한 방향으로 비가 내린 것처럼 보이는 붓자국들로 보드랍지만 질기게 뿌리내린 털들이 존재한다는 점에서도 이는 도드라집니다. 또, 기정과 옥정은 나무를 그려냈습니다. 기정은 나무의 요소를 연작으로 다루며, 각 그림에 ‘지키는 사람(keeper)’이라는 이름을 붙여 그의 나무는 한 자리에 머물며 책임을 다하는 자에 가깝다는 걸 알립니다. 옥정의 나무는 자신의 잎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사용해 몸과 마음을 쓰다듬어주는 ‘내 편’입니다. 그가 바쁘게 뛰어가다 마주친 나무는 어쩌면 꿈 때문에 오래도록 아플 때에 조건 없이 어깨를 덮어주는, 누군가가 베풀어주는 진실된 순간에 가깝습니다. 기정의 나무와 옥정의 나무는 모양도 특성도 같지 않지만, 멀리에서도 바라보고 힘을 얻을 수 있는 지표가 됩니다. 지키려는 의지로 그저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그들의 몸과 먼 곳에 위치한 작품처럼요.
함께하는 자립에 도달하기까지
이 장소에는 두 사람이 만들어낸 기둥들 역시 있습니다. 오롯이 한 명의 작품으로 그만의 성격을 드러내는 두 줄기는 바닥과 벽과 천장에 번져 나갑니다. 함께함의 가장 큰 목표는 안정된 혼자가 되기임을 상기시키듯, 작품들은 마침내 스스로의 무게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기정은 곡선으로 물결치듯 올라가는 형태로, 자신의 존재감을 숨기고 드러내기를 반복하며 자립하는 흐름을 만들었습니다. 옥정은 화판끼리 각을 맞추어 차곡차곡 계단을 올라가듯 주저하지 않고 일을 진행하는 움직임을 나타내었고요. 바닥으로부터 천장까지 쌓인 듯, 접힌 듯 이어지는 회화의 나무는 직립한 채로 삼각형의 지지체를 내려다봅니다. 우리가 이 만큼 서로, 시간과 자아를 쌓으며 성장했다는 사실을 되짚는 것처럼요. 두 개의 기둥은 아슬아슬 홀로 서있는 것 같지만, 그들이 다져온 관계의 힘을 중심에 품어 쉬이 넘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굵은 비와 무더웠던 여름, 떠들썩한 소음들이 지나간 가을에야, 비로소 가만히 기정과 옥정이 그려온 시간들을 봅니다. 그림들은 번쩍이는 시각적 충격을 주지도, 요란한 소음을 내지도 않지만 진정 안락한 감상을 수확하게 함으로써 빛을 발합니다. 이들이 화면에 올려 원색을 흐리는 분채는 삶의 까다로움을 포근한 구름처럼 가려줍니다. 그래서, 있는 힘껏 덮어주고 지탱해주는 그들의 사이에서 나온 작품들은 보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편안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바로 지금처럼, 당신이 긴장을 풀고 등을 기대어도 될 만큼 포근하게요.
Leaning untiredly
Jo Hyun a / Art critique
To our delicate supports
The two protagonists know they can only trust each other in this hopeless situation. As their back touches and falls apart, 'Bang!' their blow brings them back on track. Their back-to-back action, as each faces their world in a breathtaking action film, is one of the most effective ways of making the audience aware that these protagonists won’t betray each other, both physically and mentally.
While there are no such loud noises, Ki Jeong and Ok Jung’s works also lean against each other in the middle of the exhibition hall. Each choosing their preferred sizes, different sizes of paintings construct the <Okki’s triangle>, a shape of support Ki Jeong and Ok Jung held on to each other, which became the driving force behind this exhibition. Ki Jeong and Ok Jung have prepared each of their solo and group exhibition by drawing, collecting, sewing, and attaching their drawing panels installed in the center of their art studio. Ki Jeong and Ok Jung’s art studio ‘Studio Okki’ gets efficiently divided when their painting panels (each height similar to the artists’) form a small mountain. Away from each other’s work, the artists could then fill out the empty spaces with their own secured creative time. When an ideal relationship is described as two people facing one another, the firm support of having each other’s back allows one to sustain their everyday life and work of individual and community. But <Okki’s triangle> looks fragile with its frame exposed, and there is a possibility of getting dismantled as Ki Jeong, and Ok Jung could detach their work anytime from this insecure structure. When their work could collapse the moment one steps out, we soon realise that even without a physical supplement, the artists are supporting each other, Just like how their works are leaning on each other, creating the triangular gap.
Then, of course, this 'close' relationship seems stereotypical without any spice. But it is different when these two are supporting each other; this case is closer to a promise of not letting each one of their agony and pressure to overwhelm the other. Such tacit agreement might be the core element of solid solidarity in all kinds of relationships. This is an intangible mind rather than a spectacular stimulus. It is the power of each individual who keeps close attention to sustain a relationship while being aware of its fragility. Ok Jung and Ki Jeong’s work conveys the same strength, giving us the courage to support our close friends.
Wind blowing from a tree afar
Shall we now look at the exhibition wall? Here we see hanged works in front of the paintings held up against each other. These works express each artist’s individual work development. Their works, however, imply how the two artists have cared for each other from the heart as it orbits around the structure like satellites, embodying their struggles to live one’s life fully and whole.
Ki Jeong often has reenacted subjects that could be on her ‘side’ through fluffy and soft flowing textures. She would apply modeling paste on Hanji and scrap out the surface to express the weak downy hair-like texture of the delicate plant. The dominant blue colour and repetitive oval figures provide calming fluidity and flexible stability rather than dramatical or fluctuating emotions, showing how various minds are overlapped just as the amount of tattered skins exist. Thus, within this exhibition, Ki Jeong maintained this method and focused on weaving out the time of her memories of having a dense conversation with Ok Jung into figures. Just like the touch of a duvet, refreshing and cozy feelings appear in blue in this exhibition.
Ok Jung’s work repeats the rounded corners of empty figures with holes. While these figures concern the physical surroundings of the artist, since it attempts to convey her words and thoughts for Ki Jeong, we wouldn’t be able to perfectly understand the implied meanings of the figures. Ok Jung probably isn’t fully aware of how the figures in her paintings could get across. Nevertheless, just like how we can get more easily close to each other with an understanding that it is impossible to understand someone fully, Ok Jung’s figures should also be approached under the same attitude without underestimation. While these figures are the ships that sail through the rough sea, hills to be climbed, and rings on fire at a circus, their rounded corners indicate Ok Jung’s strong will to unharm the ones who encounter her story, resisting to portray the hardship of everyday life as it is.
Ok Jung’s landscape contains figures inspired by objects and people she has come across outside, while Ki Jeong’s work holds a form that softly stretches down by itself. When Ok Jung gets exhausted from her adventures in external social language, Ki Jeong takes care of their minds with her tranquility. Their works lead to different outcomes but have similar aspects. It isn’t a similarity from using the same material and their time spent together but from the use of soft and tough rooted hair-like texture in Ki Jeong and Ok Jung's paintings with brushstroke texture on the surface that rains in one direction. There’s Ki Jeong and Ok Jung’s trees as well. Ki Jeong handles trees in series, and by naming her tree a ‘Keeper’, her tree indicates one who keeps one’s place and fulfills responsibility. Ok Jung’s tree is ‘My side’; its leaves and wind comfort one’s mind and body. Her tree is closer to a healing moment of unconditional care for those in prolonged pain due to a dream. Ki Jeong and Ok Jung’s trees are different in shape and characteristics, but both function as the lighthouse of their journey. Just like their works located afar, that caresses and protects their minds.
To be independent together
There are columns the two artists have built together. Each of their aesthetic streams spreads across the floor, walls, and ceilings. Reminding how their most significant goal of being together is to be stably independent, works bear its weight.
With ascending wavy forms, Ki Jeong created a distinctive flow by repetitively concealing and exposing oneself. Ok Jung in comparison, expressed her strong driving force by setting an angle with painting panels like a staircase. The tree of paintings, stacked up from the floor to the ceiling, looks down at the triangular supplement upright. Reminding us how we have grown by piling up the time and identities. While the two columns look insecure standing on their own, they wouldn’t fall off easily with their solid connection.
After the heavy, humid rain of summer and boisterous autumn, one finally looks back at the length of time the two artists have spent on their works. Paintings don’t provide any visual amazement or loud noises but give space for a comfortable approach. The use of Bunchae blurs out the primary colour and hides life’s little troubles like fluffy clouds. Their works will comfort one’s mind just like this moment, warm enough for you to relax and lean on your back.
Jo Hyun a / Art critique
To our delicate supports
The two protagonists know they can only trust each other in this hopeless situation. As their back touches and falls apart, 'Bang!' their blow brings them back on track. Their back-to-back action, as each faces their world in a breathtaking action film, is one of the most effective ways of making the audience aware that these protagonists won’t betray each other, both physically and mentally.
While there are no such loud noises, Ki Jeong and Ok Jung’s works also lean against each other in the middle of the exhibition hall. Each choosing their preferred sizes, different sizes of paintings construct the <Okki’s triangle>, a shape of support Ki Jeong and Ok Jung held on to each other, which became the driving force behind this exhibition. Ki Jeong and Ok Jung have prepared each of their solo and group exhibition by drawing, collecting, sewing, and attaching their drawing panels installed in the center of their art studio. Ki Jeong and Ok Jung’s art studio ‘Studio Okki’ gets efficiently divided when their painting panels (each height similar to the artists’) form a small mountain. Away from each other’s work, the artists could then fill out the empty spaces with their own secured creative time. When an ideal relationship is described as two people facing one another, the firm support of having each other’s back allows one to sustain their everyday life and work of individual and community. But <Okki’s triangle> looks fragile with its frame exposed, and there is a possibility of getting dismantled as Ki Jeong, and Ok Jung could detach their work anytime from this insecure structure. When their work could collapse the moment one steps out, we soon realise that even without a physical supplement, the artists are supporting each other, Just like how their works are leaning on each other, creating the triangular gap.
Then, of course, this 'close' relationship seems stereotypical without any spice. But it is different when these two are supporting each other; this case is closer to a promise of not letting each one of their agony and pressure to overwhelm the other. Such tacit agreement might be the core element of solid solidarity in all kinds of relationships. This is an intangible mind rather than a spectacular stimulus. It is the power of each individual who keeps close attention to sustain a relationship while being aware of its fragility. Ok Jung and Ki Jeong’s work conveys the same strength, giving us the courage to support our close friends.
Wind blowing from a tree afar
Shall we now look at the exhibition wall? Here we see hanged works in front of the paintings held up against each other. These works express each artist’s individual work development. Their works, however, imply how the two artists have cared for each other from the heart as it orbits around the structure like satellites, embodying their struggles to live one’s life fully and whole.
Ki Jeong often has reenacted subjects that could be on her ‘side’ through fluffy and soft flowing textures. She would apply modeling paste on Hanji and scrap out the surface to express the weak downy hair-like texture of the delicate plant. The dominant blue colour and repetitive oval figures provide calming fluidity and flexible stability rather than dramatical or fluctuating emotions, showing how various minds are overlapped just as the amount of tattered skins exist. Thus, within this exhibition, Ki Jeong maintained this method and focused on weaving out the time of her memories of having a dense conversation with Ok Jung into figures. Just like the touch of a duvet, refreshing and cozy feelings appear in blue in this exhibition.
Ok Jung’s work repeats the rounded corners of empty figures with holes. While these figures concern the physical surroundings of the artist, since it attempts to convey her words and thoughts for Ki Jeong, we wouldn’t be able to perfectly understand the implied meanings of the figures. Ok Jung probably isn’t fully aware of how the figures in her paintings could get across. Nevertheless, just like how we can get more easily close to each other with an understanding that it is impossible to understand someone fully, Ok Jung’s figures should also be approached under the same attitude without underestimation. While these figures are the ships that sail through the rough sea, hills to be climbed, and rings on fire at a circus, their rounded corners indicate Ok Jung’s strong will to unharm the ones who encounter her story, resisting to portray the hardship of everyday life as it is.
Ok Jung’s landscape contains figures inspired by objects and people she has come across outside, while Ki Jeong’s work holds a form that softly stretches down by itself. When Ok Jung gets exhausted from her adventures in external social language, Ki Jeong takes care of their minds with her tranquility. Their works lead to different outcomes but have similar aspects. It isn’t a similarity from using the same material and their time spent together but from the use of soft and tough rooted hair-like texture in Ki Jeong and Ok Jung's paintings with brushstroke texture on the surface that rains in one direction. There’s Ki Jeong and Ok Jung’s trees as well. Ki Jeong handles trees in series, and by naming her tree a ‘Keeper’, her tree indicates one who keeps one’s place and fulfills responsibility. Ok Jung’s tree is ‘My side’; its leaves and wind comfort one’s mind and body. Her tree is closer to a healing moment of unconditional care for those in prolonged pain due to a dream. Ki Jeong and Ok Jung’s trees are different in shape and characteristics, but both function as the lighthouse of their journey. Just like their works located afar, that caresses and protects their minds.
To be independent together
There are columns the two artists have built together. Each of their aesthetic streams spreads across the floor, walls, and ceilings. Reminding how their most significant goal of being together is to be stably independent, works bear its weight.
With ascending wavy forms, Ki Jeong created a distinctive flow by repetitively concealing and exposing oneself. Ok Jung in comparison, expressed her strong driving force by setting an angle with painting panels like a staircase. The tree of paintings, stacked up from the floor to the ceiling, looks down at the triangular supplement upright. Reminding us how we have grown by piling up the time and identities. While the two columns look insecure standing on their own, they wouldn’t fall off easily with their solid connection.
After the heavy, humid rain of summer and boisterous autumn, one finally looks back at the length of time the two artists have spent on their works. Paintings don’t provide any visual amazement or loud noises but give space for a comfortable approach. The use of Bunchae blurs out the primary colour and hides life’s little troubles like fluffy clouds. Their works will comfort one’s mind just like this moment, warm enough for you to relax and lean on your back.
Translated by Haein Kim